[패러마] “알고봐야 더 재밌다”…2010년, 드라마는 패러디ing

[스포츠서울닷컴 | 서보현·김가연기자] #1. 영화 촬영 현장. 영화 감독이 스턴트 우먼인 길라임(하지원 분)을 심하게 대하자 김주원(현빈 분)이 하는 말. “저한텐 이 사람이 김태희고 전도연입니다.

” 그리고 다음 회 등장한 전도연 사진. (SBS-TV ‘시크릿가든’)

#2. 소현세자의 추종 세력 문서 확보. 광산 장동건, 나주 이병헌, 전주 송강호, 평택 한석규의 이름이 적힌 문서 공개. 뒤이어 MBC-TV ‘무한도전’ 멤버 용인 유재석, 천안 박명수가 문서로 재 등장. (KBS-2TV ‘추노’)

전도연이 ‘시크릿 가든’으로 안방극장 복귀? 아니었다.

장동건, 송강호 등 충무로 스타들이 브라운관 나들이를 가졌다? 그것도 아니었다. 장동건은 ‘추노’에, 전도연은 ‘시크릿가든’에 등장했지만 이들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드라마 속 한 장면이었다.

이들의 출연은 패러디의 일종. 때로는 이름만으로 출연했고 때로는 사진 속으로만 등장했다. 실제 출연은 없어도 효과는 대단했다. 시청자는 깨알 재미를 느꼈고, 드라마는 화제의 중심에 섰다.

2010년 안방극장. 트렌드는 패러디였다. 1월부터 12월 동안 방송된 드라마 대부분이 패러디를 시도했다. 장르 불문이었다. 코믹, 로맨스, 시대극, 사극을 넘나들며 패러디에 도전했다.

패러디 풍년을 맞았던 2010년 안방극장. 그 중에서 유난히 빛났던 패러디를 살펴보고 특징을 짚어봤다.

◆ “2010, 우리를 웃고 울린 패러디”

패러디 천국이었다.

그 수는 많았고 유형은 버라이어티했다. 패러디는 안방극장에서 드라마와 예능을 넘나들기도 했고, 드라마 속 드라마를 만들기도 했다. 또 판타지와 리얼리티를 오가기도 했다.

2010년 대표 패러디는 ▶ 크로스오버였다.

서로 다른 2개 이상의 작품을 하나로 엮었다. 기존 드라마 및 CF 대사를 차용했다. MBC-TV ‘역전의 여왕’에서 김남주가 “미실이 그랬다며? 사람은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사람은 그럴 수 없다고. 나도 그 사람 말에 절대 공감이야”라고 말한 대사가 대표적인 예다.

‘역전의 여왕’과 ‘선덕여왕’을 연결했다.

최근 들어서는 ▶ 전작 패러디도 인기를 모았다. 작가 및 출연진의 전작을 드라마에 녹이는 유형이다. 요즘 SBS-TV ‘시크릿 가든’이 즐겨 쓰고 있다.

윤상현이 ‘시티홀’을 언급하고 현빈은 ‘파리의 연인’ 대사를 인용하는 식이다. 모두 신우철 PD와 김은숙 작가의 전작들이다.

▶ 실사 패러디는 의외의 재미를 준다. 실존 인물이 등장해 폭발력이 강하다.

그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패러디는 KBS-2TV ‘추노’의 문서 패러디. 장동건, 이병헌, 송강호, 한석규 등 한류스타들의 이름을 등장시켜 깨알같은 재미를 안겼다.

◆ “리얼리티 높이고, 트렌드 담았다”

전작 패러디, 대사 패러디, 문서 패러디 등 올 한 해를 빛낸 패러디의 공통점은 2가지였다.

첫째, 리얼리티를 담았다는 것. 현실 속 인물이나 프로그램을 소재로 활용, 드라마에 사실성을 부여했다. 이는 허구의 세계에 리얼리티를 담보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시크릿 가든’ 제작사는 “드라마에서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의 이름을 거론하거나 실존 인물을 언급하면 드라마의 현실성을 높일 수 있다”며 “이 같은 패러디로 대사의 맛이 잘 살아나고 드라마 재미가 한층 높아진다”고 밝혔다.

트렌드도 놓치지 않았다. 인기 캐릭터 혹은 유행어를 적극 반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작가 및 배우들의 전작은 물론 경쟁사까지도 넘나들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코믹 효과를 2배 이상 높일 수 있었다.

‘역전의 여왕’에서 팔봉 빵집과 미실이 등장한 것이 일례다. 제작사인 유니온 엔터테인먼트는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패러디가 쓰이는 경우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데 효과적이다. 뜻하지 않는 재미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고 효과를 설명했다.

◆ “약 또는 독, 공감대 형성 관건”

센스있는 패러디는 드라마를 재밌게 만든다.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며 채널을 고정시키는 계기도 된다. 다만 스토리와의 조화가 중요하다. 패러디 내용이 극 중 대사 및 상황과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극의 흐름을 깰 수 있다.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패러디는 서로 다른 요소가 하나로 만나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조화로움이다”라며 “재미도 살리고 이슈도 일으키기 위해서는 공감가는 패러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횟수도 염두해야할 점 중 하나였다.

지나치면 모자름만 못한 법. 지나친 패러디는 스토리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

주객전도 현상이 일어나 드라마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는 자체 평가다.

SBS 드라마국 관계자는 “패러디는 잘 쓰면 약이지만 자칫하다 독이 될 수도 있다”면서 “최고의 재미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드라마 흐름에 지장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패러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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